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흐르는 물소리 님의 노래인가
내 맘은 외로워 한없이 떠돌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만 차오네
백합화 꿈꾸는 들녘을 지나
달빛 먼 길 내 님이 오시는가
풀물에 배인 치마 끌고 오는 소리
꽃향기 헤치고 님이 오시는가
내 맘은 떨리어 끝없이 헤매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이 이네
바람이 이네
시간이 다 되고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면
나는 시가 되고 노래 되어
그 길 위에 서 있지
저기 어딘가로 전해 오는
나를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
우린 그렇게 함께 그 시간을 걷는다
하루는 계절 되고
계절이 세월로 자라는 동안
그 깨알 같이 많고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
다시 한 번 힘을 내 봐
여전히 그분 우리 곁에 계시니
그렇게 오늘은 다시 우리의 시편이 되지
어제의 수고들과 그 서운함은
떠나보내 저 시간이 강처럼
흘러 떠나간 데로
찾아온 오늘이란 고마움을
품어 안고 (그저) 오늘만큼의
작은 은혜를 내 안에 새겨
오늘도 그렇게
우린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같은 노래들과 같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그 길고도 먼 여정의 길을
잠시 기대어 함께 한다네
우리 머리맡에 놓인
그 라디오와 소리와 함께
창가에 내리는 햇살도
내 곁에 새로 온 오늘도
생각해 보면 다 주의 은혜지
늘 작기만 한 나를 위한
조금씩 커가는 아이도
갓 지은 고슬한 밥상도
생각할 수록 다 주의 은혜야
늘 부족한 우리를 향한
누군가 그렇게 날 기다린 거고
또 내게 기울여 준 거지
내 안에 묵상과 모든 말들이
오늘도 주님을 향할 때
만나고 헤어진 모든 일
봄 여름 가을과 또 겨울
생각해 보면 다 주의 은혜야
늘 작기만 한 나를 위한
누군가를 그렇게 기다려줘야 해
또 귀 기울여 줘야 하지
내 안에 묵상과 모든 말들이
오늘도 주님을 향할 때
얼마 전 잘 안 된 그 일도
방금 전 새로 쓴 노래도
생각할 수록 다 주의 은혜야
늘 부족한 우리를 향한
음
몇 장쯤 읽어본 새 책도
주님 외에 누가 나의 반석이며
나의 구원이리
나의 발을 들어 나의 높은 곳에 서게 하는
나의 주 하나님
일렁거리는 내 시선과
우뚝 서 있는 높은 벽을 향하여
나의 등불을 켜시는 주
내가 마주한 저 어둠을 향해
나 다시 일어나
주를 노래해
내 안 가득한 그 능력의 예수
나의 주
그 어떤 것보다
귀하고 소중한
나를 가르쳐 싸우게 하시는
나의 하나님
편안하신지요 그리운 내 아버지
좋은 나라라는 아득한 거기에서
보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그곳은
사람들의 말처럼 아름다운지
때로는 아이가 내게 묻곤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건지
그럴 땐 나도 한 번 더
당신께 묻고 싶어요
나를 알던 편안한 그 음성에게
떠나신 뒤 몇 번의 계절이 바뀌었어요
당신이 없는 어색한 봄 여름 가을 겨울
나이가 들 수록 거울 속 비친 나의 모습은
아버지를 닮아갑니다 음
잊을 수 없으니 고이 간직하려 합니다
하늘 아버지 포근한 그 품에 다시 만나
밤새도록 못다 한 이야기 같이 나눠요
기도해주세요 우리 모두를 위해
어떤 일은 나를 밀어내서
결국 내가 가진 한계 그 끝으로 날 이끌지
너는 그저 여기까지라고
허니 왔던 길을 돌아 네 익숙함에 머물라고
하지만 내 발을 들어 그 경계를 넘어
이번 역시 뜻대로 안 된다 해도
웅크리고 싶은 익숙함들 그 밖으로
저 밖이 내 안에 밀려와 쌓이기 전에
이 안으로부터 날 힘껏 밀어내
내 처지에 무슨 도전이냐 하지 말고
무언가 힘써 힘써 해내는 일
그건 수도 없이 많은 내 경계들을 만나는 일
불쾌하던 실패의 기억들
나의 발을 굳게 하는 많고 많은 그 이유들
하지만 내 발을 들어 그 경계를 넘어
이번 역시 뜻대로 안 된다 해도
웅크리고 싶은 익숙함들 그 밖으로
저 밖이 내 안에 밀려와 쌓이기 전에
이 안으로부터 날 힘껏 밀어내
내 처지에 무슨 도전이냐 하지 말고
한 번 더 내 발을 들어 그 경계를 넘어
쉬운 일이란 건 세상에 없으니
숨어 있고 싶은 핑계들의 그 밖으로
절망이 내 안에 굳어져 쌓이기 전에
마음에서 먼저 길을 내보자
마주 선 내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니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사소한 순간에 담긴 언어를 느끼고
조금만 더 덜 무심하도록
조붓한 내 시선 속에 주 계시길
골목길을 돌아 나가다
키 작은 행복을 다시 만나게 될 때는
조금만 더 더 감사하도록
우둔한 내 시간 속에
주 계시길
만나고 헤어지는
떠나고 돌아오는
그 수많은 오름과 내림들 속에
천천히 쌓여가는 시간이 자라나듯
나도 조금씩 자라 오르길
내 사는 일 가까운 거기에
오늘도 작게 반짝이는 은혜와 함께
조금만 더 더 의미 있도록
비좁은 나의 삶 속에 주 계시길
노을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 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허수아비 팔벌려 웃음짓고
초가지붕 둥근박 꿈꿀 때
고개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 가는
가을바람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 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가을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가을이라 가을바람 다시 불어오니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같구나
추운 겨울 지낼 적에 우리 먹이려고
하느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늘 나로 시작해 내게서 끝나버리지
그 좁은 공간을 그렇게 빙빙 돌다
문득 그 밖을 내다보게 되는
그게 바로 내 곁에 너란 이유
익숙해져 버린 나라는 동심원 속을
마르고 닳도록 뜻 없이 서성대다
결국 텅 빈 내안 발견하고 마는
너를 내 곁에 주신 그분 마음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바꾸고
누구도 혼자서는 설 수가 없으니
내가 나를 건너 네게 갈 수 있도록
마음 가득한 이기심을 넘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밖으로
너와 내가 함께 걷는 이 신비한
내가 내 안에서 멈춰 서지 않도록
때론 그 일이 어려울지라도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못하고
그냥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거예요
그 고운 무지개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있다면
그 고운 무지개속 물방울들 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못하고
그냥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거예요
우리는 빛이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소리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
기나긴 하세월을 기다려
우리는 만났다
천둥치는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
음 바로 이순간
우리는 만났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
우리는 바람부는
벌판에서도 외롭지 않은
우리는 마주 잡은
손끝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기나긴 겨울밤에도 춥지 않는
우리는 타오르는 가슴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연인
수없이 많은 날들을 우리는
다함께 지냈다
생명처럼 소중한 빛을
함께 지녔다
음 바로 이순간
우리는 만났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난 이 일의 끝을 알고
그 끝이 끝이 아님도 알아
말라붙은 마음들 사이에서
햇빛은 이글거리고
길은 저 위로 기울고
끈적거리는 절망은
야비한 웃음을 웃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저 텅 빈 노여움 사이로
나는 다시 이 길을 선택한다
무릎이 무너지기 전에
길이 끊어져 내리기 전에
어쩌면 언덕 위에선
잠시 쉴 수 있겠지
돌아서진 않는다
내 아버지 가슴에
그 아픔 내 속에 일렁거려
손과 발로 버티며
알 수 없는 그 용서와 사랑 흘러가도록
저기 언덕도 아니고
그 위에 푸른 하늘도 아냐
닫힌 무덤 속 어둠은 더욱 아니지
끝은 오직 그분의 단어
다만 다음 한 걸음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직 할 수 있는 일
돌아서지 않는다
내 아버지 가슴에
그 아픔 내 속에 일렁거릴 때
손과 발로 버티며
알 수 없는 그 용서와 사랑 흘러가도록
돌아서진 않겠다
모든 것이 달려들어
나를 뚫고 지나가는 동안에
몸과 물로 버티다 나를 끊어
그 끊어진 길 다시 이어지도록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먹음이 아냐
그건 오히려 익숙한
습관에 더 가까워
너 떠난 텅 빈 그 자리
뜻 없이 열어보듯
눈을 감아도 그 길은
이렇듯 선명한데
여전히 넌 그 어디에도 없는데
여전히 내 안 모든 곳에 있어
춥지는 않니 겨울 같은 그들 사이
너의 세상은 내 것보다 쓸쓸해
돌아오렴 떠났던 그 길 따라
저 언덕 넘어 새들이 돌아오듯이
여기 오렴 지금 너의 모습 그대로
여기 들판에 봄이 번져 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