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사랑을 그린 허성희의 '원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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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케이아이작성일20-08-21 13:29 조회254,5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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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사랑을 그린 허성희의 ‘원이 엄마’
세상 떠난 남편의 관속에 남긴 미망인의 편지
420년 전 31세란 젊은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지아비(고성 이씨 이응태)에게 보낸 미망인(현풍 곽씨) 원이 엄마의 편지. 지난 1991년 안동시 택지개발 현장에서 발굴된 관속에서 미망인의 편지가 미투리 한 켤레와 함께 나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며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그 미망인의 사연을 담은 곡 ‘원이 엄마’(이율하 작사 홍성욱 작곡)를 허성희가 한이 서린 듯 애절한 창법으로 노래했다.
“당신과 나 밤만 되면 함께 누워 말했지요/우리처럼 세상 사람 어여쁘게 사랑할까/헌데 어찌 저를 두고 당신 먼저 가는지요/당신 따라 가고 싶어요/제발 데려가 주세요/무덤 속의 편지 보고 제 꿈속에 꼭 오세요/꼭 오세요/꼭 오세요 꼭 오세요/제 머리칼 한 올 한 올/뽑고 뽑아 엮고 엮은 미투리 신고 꼭 오세요…….”
얼마나 사랑했으면 꿈속에서라도 자신에게 와 달라고 하소연을 했을까. 관에서 함께 나온 미투리는 지아비의 병구완을 하던 원이 엄마가 자신의 머리칼과 삼으로 엮어 만들었지만 남편은 그 미투리를 신어보지도 못하고 끝내 세상을 하직했다.
지난 1978년 ‘전우가 남긴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허성희는 ‘16세기 조선의 사랑과 영혼’을 걸걸하고 짙은 허스키 보이스로 절절하게 노래해 나간다. 간주의 구슬픈 대금 소리가 듣는 이를 420년 전 비탄에 빠진 젊은 여인의 세계로 부른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선물 같은 노래
허성희는 2019년 봄 부친(고 허양열 선생)의 병구완을 하고 있을 때 보훈병원으로 찾아온 작사가와 작곡가로부터 ‘원이 엄마’의 취입 제의를 받았다. 들어보니 자신의 스타일과 너무 다른 슬픈 곡이어서 취입을 거절했다.
그러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병상의 아버지는 “어차피 계속 노래해야 하니 그러지 말고 불러보라”고 권유하셨다. 국방경비대 출신으로 백선엽 장군과 친구였던 100세의 아버지는 2019년 6월 25일 돌아가시고 말았다. 백선엽 장군도 지난 7월 10일 별세하셨다.
“결국 취입을 하고 보니 아버지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전우가 남긴 한마디’와 마찬가지로 어쩌다 보니 혼과 관련된 노래만 부르게 되었네요.”
편지의 주인공인 미망인 곽씨 부인은 남편이 세상 떠나고 유복자인 원이를 낳아 기르며 살았다고 한다. 안동에서 발굴된 관에서는 곽씨 부인의 편지와 미투리뿐만 아니라 고인의 아버지와 형이 고인에게 쓴 편지들도 함께 나와 안동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전우가 남긴 한마디’를 부르며 스타덤에 오른 허성희는 1979년 말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다. 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새너제이에 정착해 라이브클럽 등을 경영하면서 노래는 계속 불렀다. 매혹적인 이 여가수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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